MAN ND363F A95(경기도 굿모닝 2층버스) 시승기

지난 2014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이래 경기도는 천만 도민의 염원과는 다르게(....) 지하철/경전철 중심 교통 대신 광역버스 확충 정책을 열심히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물론 남경필 도지사의 탓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수도권 교통정책이 중전철 증설 억제/기초자치단체 중심의 경전철 추진, 광역버스 확충 등으로 바뀐 것에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황당한 노선 선정으로 계획 단계에서부터 욕을 먹던 용인 에버라인이 한동안 공기수송 상태를 면치 못했고 의정부 경전철은 얼마 전 파산해버렸다. 덕분에 경전철, 특히 고가 경전철에 대한 경기도민들의 인식은 거의 혐오시설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내가 살고있는 김포시의 경우 고가 경전철 추진이 수 년 전부터 계획되어 왔으나, 용인과 의정부에서의 실패로 고가 경전철은 범시민적 저항 운동에 직면하게 되었고,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지하철 9호선 연장을 공약한 유영록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었으나 9호선 연장은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허황된 공약이었다. 

결국 김포공항~한강신도시 구간에 8개 정거장을 갖는 지하 경전철 노선이 확정, 착공되었고 2018년 중순 개통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에 들어간 김포 한강신도시의 대중교통 대책은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한강신도시 지역을 위한 유일한 교통 대책은 개화동에서 올림픽대로와 직결되는 왕복 6차로의 도시고속도로인 김포 한강로 건설 뿐이었다.

당연히 서울로 나가는 광역버스마다 승객이 가득 찼고,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실시된 이후 버스 노선을 둘러싼 주민간의 갈등도 첨예해졌다. 김포에 사는 공무원이 거의 없는 김포시청은 이런 황당한 짓거리를 하기도 했다. 

썰이 너무 길었는데, 여튼 오늘 타 본 1004번 광역버스, MAN ND363F는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 남경필 도지사께서 교통 취약지역 김포에 친히 하사하신 감사한 문명의 이기이며, 동네 초등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버스의 전체적인 외관은 위 사진과 같으며 총 좌석 수는 72석, 휠체어석 1석을 장비하고 있다. 1층에 12석과 휠체어석, 2층에 60석이 배치되어 있으며, 1층 후미부는 엔진룸으로 좌석이 배치되지 못한 것이다. 

버스의 전고는 4.3m, 전장은 12.8m이다. 엔진은 360마력을 발휘하는 MAN A95 엔진이며 유로 6 대응, 요소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노선 중 가장 낮은 지장물의 높이가 4.5m 정도이며, 그야말로 머리 바로 위로 표지판과 육교 등이 지나가는 수준이다.

한가한 시간대에 탑승해서 그런지 승객은 거의 없었다. 탑승하자마자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은 굉장히 가팔랐고 2층에 올라서자 허리를 완전히 펴기 어려울 정도로 천정 높이가 낮았다. 

2층에서도 정차벨을 잘 누를 수 있도록 좌석마다 정차벨이 장치되어 있었으며, 안내방송 시스템도 완비되어 있었다. 천정 곳곳을 유리로 뚫어 놓아 개방감을 준 것도 좋았다. 

운전석이 없는 2층의 특성을 잘 살려, 전방은 통유리가 장착되어 있다. 어린이 동반 승객이라면 이 유리를 바로 앞두고 있는 4개의 좌석이 무척 탐날 것 같다. 그러나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낮 시간대엔 굉장히 덥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듯.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지만 시원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로 더웠다. 

물론 내가 더운 걸 좀 싫어하는 편이기는 하다. 

2층에서 조망한 서울 시내의 모습은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도로의 제왕, 도심 정글의 포식자가 된 기분. 모든 차량과 행인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한 특권처럼 느껴졌다. 

높이가 실감이 좀 나시는지....

앞서가는 버스의 지붕, 공조 장치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이 버스의 높이는 상상 외로 훨씬 높았고, 표지판과 고가 도로 밑을 지나갈 때엔 혹여 닿지는 않을까 아찔할 정도였다. 

이런 높이 덕에 차체의 흔들림이나 기우뚱거림은 정확히 두 배로 증폭되어 승객들에게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1층 좌석은 훨씬 덜하겠지만 적어도 2층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이 점은 운전기사님도 잘 알고 계시기에, 2층 버스는 무조건 정속 주행, 서행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이었다. 탑승 중 티맵 안전운전모드로 속도를 측정해 본 결과 서울 시내 구간에서는 70km/h를 넘지 않았고 올림픽대로에서도 80km/h 정속주행이었다. 멀미가 좀 나긴 해도 난폭운전으로 인한 것이 아닌 만큼 오히려 일반 광역버스에 비해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비행기 착륙하는 느낌. 뭔가 갑자기 쑥 하고 낮아진 기분.

버스는 광화문역에서 50분 정도 달려 우리집 앞에 도착했다. 좌석마다 장착된 정차벨을 누른 후, 하차 준비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며, 바쁜 아침 출근길에 급히 계단을 내려갈 누군가는 반드시 여기서 넘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야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 앉아 있었는지 실감이 났다. 

멀미가 좀 났던 점을 제외하면 즐거운 2층 버스 경험이었다. 물론 맨날 타면 즐겁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광역 버스의 입석 수송이 금지된 지금 시점에서 2층 버스는 광역전철/지하철 사각지대 주민들을 위한 거의 유일한 교통 대안이다.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도입된 2층 버스지만, 아직까지는 당산역에서의 가벼운 사고 외엔 안전사고가 기록되지 않고 있다. 안전하게 운행된다면 앞으로 2층 버스는 수많은 경기도민들의 고마운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다. 무엇보다 장애인 승객들도 집 앞에서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지금으로썬 거의 유일한 서울행 교통 수단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