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빌려서 하루 놀기 -2-

2,800원짜리 핫도그를 몇 분 안되어 먹어치운 후 시화나래휴게소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에 가보기로 했다. 사실 주행가능거리는 아직까지도 160여 km이 남아있어 차를 제자리에 갖다 두고도 남을 만큼의 배터리 잔량이 남아있었지만, "정말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대로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되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 전기차포털(ev.or.kr)에 공개되어 있는 충전소 정보.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전소는 실제로 있었고, 잘 작동하고 있었다. 다만 환경부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 충전소를 찾는 것은 어려웠고, 위키로 운영되는 사설 전기차 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주차장 B" 구역에 위치하고 있음을 파악해야만 했다. 

충전소를 찾은 김에 잠깐이나마 배터리를 채우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었다. 내가 빌린 그린카의 아이오닉 차량에는 환경부의 충전인프라 사용카드만이 비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시화나래휴게소에 설치되어 있는 "차지비" (http://www.chargev.co.kr/) 충전기는 현대자동차와 포스코ICT가 운영하는 충전기로, 회원 정보가 상호간에 공유되지 않아 환경부에서 발급해주는 충전 카드로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셀프 주유소에서 하나카드, BC카드 등은 결제가 되는데 삼성카드는 쓸 수 없는 것과 비슷한 (황당한) 상황이다. 

"차지비"의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니 회원카드를 발급받은 후 소정의 절차를 거쳐 등록을 마치면 환경부의 카드도 차지비 충전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필요한 이유 자체가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더구나 국내 전기차 충전서비스 시장은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어 각 충전서비스사별로 회원등록을 하고, 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티머니 카드의 회원번호로 인증을 하거나 휴대폰의 NFC 기능을 활용해 앱 카드를 발급해주면 될텐데, 이해하기 어려운 비효율이다. 

 

탄도항으로 이동하는 길.

내겐 무용지물이었던 충전기를 뒤로하고 (충전 코드는 잘 감아놓고 왔다) 좀 더 달려 대부도에 들어왔다. 

탄도항은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누에섬, 그리고 일몰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탄도항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20여분을 걸어서 누에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은 없다. 안산시에서 운영하는 어촌문화박물관이란 곳도 있는데 한 번 볼만한 곳이고 지난번에 들른 적이 있어 이번엔 들어가지 않았다. 

며칠 동안 춥다가 따뜻했음. 
풍력발전기.
아무리 봐도 하얀색이 제일 예쁜 것 같다.

탄도항 구경까지 마치고 나니 이제 정말 배터리 잔량을 걱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잔여 주행거리가 150km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많이 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 배터리 효율이 떨어져 있는데다가 여기서 서울로 돌아가려면 고속도로에서 고속 주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잔량이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전기차 급속 충전소인 화성시청 충전소를 방문하기로 결정. 다행히 이 충전소는 환경부에서 운영하고 있어, 아마 별 탈 없이 충전이 될 것이다. 

관공서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들은 네이버 지도에도 상세하기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주차가 쉬운데다가 대부분 환경부 충전기라 잠깐 급속 충전하기에 부담이 없다. 

충전소 도착.
차데모 방식 소켓을 연결했다.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하면 우선 완속 충전인지, 급속 충전인지를 확인하고 지금 어떤 충전 방식을 사용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전기차의 충전방식 중 DC 차데모 방식은 완속 충전구와 급속 충전구가 분리되어 있고,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속 충전구가 좌측 앞쪽에, 급속은 좌측 뒷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급속 충전을 하고자 한다면 후면주차를 해서 차의 후미 부분을 충전기에 가깝게 위치시켜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충전시설이 충분히 긴 충전 코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코드가 은근히 무겁고 풀었다가 감는 과정이 귀찮다. 그리고 겨울엔 손 시렵다. 

충전기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 잔량이 58%였고 급속 충전으론 최대 94%까지 채울 수 있다. 차의 시동을 끄고 충전을 시작하니 계기판에 "남은 충전시간 20분" 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환경부 충전기의 경우, 후불 정산 요금제를 신청하지 않은 회원이라면 미리 충전하고자 하는 금액을 입력하고 충전이 완료된 후 제휴 신용카드를 입력시켜(EMV 방식) 결제해야 한다. 보통 1500~2000원 정도를 충전하시는 것 같다. 

70%를 채웠는데 15분을 더 기다리라니 도대체 뭐가 급속이란 말인지....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